
名士探訪 · MYUNGSA vol.02
스타키그룹 회장 · 국내 기업 최장수 CEO
“지금의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감사하다’는 말밖에 없습니다.”
국내 기업 중 한 사람이 같은 자리를 30년간 지켰다. 보청기 업계 부동의 1위, 스타키그룹. 그 30년을 이끈 심상돈은 ‘국내 기업 최장수 CEO’로 불린다. 그러나 그를 더 빛나게 하는 건 실적이 아니라, 정점에서 스스로 속도를 늦춘 선택이다.
마흔에 스타키코리아의 깃발을 들고, 일흔이 된 오늘 그는 ‘회장’이라는 이름으로 한 걸음 물러나 있다. 1983년 작은 보청기 가게에서 출발해 ‘듣게 하는 일’ 하나로 40여 년. 그 긴 시간 끝에 그가 길어 올린 단어는 단 하나, ‘감사’다.
마침 그와 마주 앉은 날은 그의 일흔 번째 생일이었다. 나는 그의 자전 에세이 『감사합니다』를 먼저 읽었고, 한 문장에서 오래 멈췄다. “먼지처럼 작은 일에도 감사하다 보니, 감사할 일이 별처럼 쏟아집니다.” 그 ‘별’의 정체를 묻기 위해, 나는 그를 명사탐방에 초대했다.
그의 명함에는 ‘회장’이라 적혀 있다. 그러나 자신을 소개해달라는 말에, 그는 직책이 아니라 동사 하나를 골랐다. “저는 듣는 사람입니다.” 평생 사람들이 다시 듣게 하는 일을 해온 그가, 정작 가장 잘하게 된 건 ‘듣는 일’이었다.
“제 일이 사람들 귀를 다시 열어주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하다 보니 정작 잘 들어야 하는 건 저더라고요. 고객의 소리, 직원의 소리… 결국 잘 듣는 게 전부였습니다.”
“고객에게 ‘안 됩니다’라고 말하지 말자는 겁니다. 일단 모든 니즈를 들어보자는 거죠. 들어보면 길이 생깁니다. 안 된다고 먼저 닫아버리면, 거기서 끝이고요.”
“잘 듣는 것.
그게 제 사업의 전부였습니다.”
“군에서 위생병으로 있을 때 보청기를 처음 알았어요. 그게 인연이 돼서 1983년에 작은 가게(동산보청기)를 열었습니다. 그러고 40년이 지났네요.(웃음)”
“돌아보면 보청기 산업이 막 태동하던 때였어요. 먼저 깃발을 꽂은 셈인데, 그것도 운이라면 운입니다.”
“먼지처럼 작은 일에도 감사하다 보니,
감사할 일이 별처럼 쏟아집니다.”
— 심상돈, 자전 에세이 『감사합니다』
스타키그룹은 그의 재임 30년 동안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았다. 업계 1위를 한 번도 내준 적이 없다. 비결을 묻자, 그는 자기 공으로 돌리지 않았다.

“운이 좋았어요. 좋은 직원들, 좋은 환경을 만났죠. 진심입니다. 사람을 잘 만난 게 제 가장 큰 자산이에요.”
“저는 참다운 리더는 위기에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어려울수록 직원 모두가 리더처럼 움직여줬고, 그래서 넘었습니다. 평온할 땐 누가 리더인지 잘 안 보이거든요.”
“양보와 배려에는 바보처럼, 일에는 똑 부러지게 빈틈없이. 그게 바보똑똑이입니다. 돈도 마찬가지예요. 움켜쥐지 않고 필요할 때 과감히 써야 진짜 부자고요.”
“양보엔 바보처럼,
일엔 똑 부러지게.”
“행운의 여신이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행동하는 사람입니다. 겸손과 감사로, 선한 생각을 바로 행동에 옮기면 좋은 일이 생겨요. 그렇게 저는 ‘운 좋은 사람’이 됐습니다.”
1등으로 달리던 2024년 말, 그는 30년 CEO 자리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떠밀려서가 아니라, 가장 박수받을 때 한 결정이었다.
“언제나 박수칠 때 떠나듯, 1등으로 달리는 지금 속도를 조금씩 늦춰가려 합니다. 1983년 처음 보청기 가게를 열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서, 이제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나눔에 주파수를 맞추려고요.”
“CEO의 외로움과 고독은, 갈수록 무게가 무거워지고 깊이가 깊어집니다. 하지만 기꺼이 감당해냅니다. 그게 그 자리를 위해 치러야 하는 것들이니까요.”
“20대는 열정, 30대는 긍정, 40대는 겸손, 50대는 사랑, 그리고 60대는 감사였어요.”
일흔이 된 지금은 어떠시냐 묻자, 그는 웃으며 답했다. “여전히 감사입니다. 이 단어는 이제 안 바뀔 것 같아요.”
“박수칠 때 떠날 줄 알고,
축적한 노하우로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오래전 어느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다시 꺼냈다. “소는 우직하고 쓸모가 많은 존재죠. 살아서는 일하고, 죽어서도 누군가에게 음식이 돼주고요. 저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이고 싶어요.” 일흔의 생일에, 그는 여전히 받는 사람이 아니라 주는 사람의 자리를 말하고 있었다.

1956년생. 1983년 동산보청기로 청각산업에 입문해, 1996년 마흔의 나이에 스타키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약 30년간 회사를 국내 보청기 시장 부동의 1위로 이끌었고, 재임 중 단 한 차례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지 않았다. 2024년 말 CEO직을 마무리한 뒤 회장으로 한 걸음 물러나, 사단법인 위코노믹스 이사장으로 나눔과 상생을 이어간다.
Interviewer · 이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

나는 그의 에세이 『감사합니다』를 먼저 읽었다. 보청기라는, ‘듣게 하는 일’ 하나로 30년을 1등으로 달린 사람. 그런데 책장을 덮으며 든 생각은, 그가 가장 잘하는 건 파는 일이 아니라 듣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늘 말해왔다. “사람이 보지 못하는 것을 기계가 보고, 기계가 보지 못하는 것을 사람이 본다”고. 심상돈은 듣는 사람이고, 나는 보는 사람이다. 감각은 달랐지만 우리가 끝내 향한 곳은 같았다 — 사람.
명사탐방에 그를 초대한 건, 가장 박수받을 때 스스로 속도를 늦출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정점에서 내려놓는 자세를, 우리는 너무 빨리 잊는다. 좋은 콘텐츠는 인물을 빛나게 하지 않는다. 인물이 원래 가진 빛을, 가리지 않을 뿐이다.
— 윤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