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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하우스 온실 전경

名士探訪 · MYUNGSA  vol.03

김성국

무너지던 하우스를,
와이어로 일으켰다

트러스하우스 대표 · 온실 구조기술 장인

글 · 윤일기사진 · BCCOM2026

“이번에 온 40cm 폭설요?
전혀 문제 없었어요.”

해마다 겨울이면, 농부의 한 해가 하룻밤에 주저앉았다. 폭설에 비닐하우스가 무너지는 일은 농촌의 오랜 숙명 같은 것이었다. 누구도 그걸 바꿀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김성국, 한 사람만 빼고.

그가 찾은 답은 엉뚱했다. 크레인에나 쓰는 강철 와이어를, 비닐하우스 구조에 넣는 것. 위에서 당겨 하중을 잡아주면 기둥 없이도 버틴다는 발상이었다. 국내 최초였고, 처음엔 다들 웃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40cm 폭설이 내렸을 때 — 웃던 사람들의 하우스는 주저앉았고, 그의 하우스는 멀쩡히 서 있었다.

‘직업의 달인’이 그를 찾아온 건 그 무렵이다. 60대의 나이에 새 구조를 개발해 자체 공장에서 직접 만들어내는 사람. 나는 그의 홈페이지를 짓다가 그에게 반했고, 결국 카메라가 아니라 질문을 들고 그를 찾아갔다.

chapter 1

기둥을 세우는 대신,
위에서 당겼다

그의 발상은 거꾸로였다. 무게를 버티려면 보통은 기둥을 더 박는다. 그러나 기둥이 늘면 빛이 죽고, 공간이 좁아지고, 농기계가 못 들어간다. 그는 정반대로 생각했다 — 아래서 받치지 말고, 위에서 당기면 어떨까.

Q비닐하우스에 와이어를 넣을 생각을, 어떻게 하셨습니까.

“매년 폭설에 하우스가 주저앉는 걸 봤어요. 농부한테는 1년 농사가 하룻밤에 날아가는 일입니다. 그걸 두고 볼 수가 없었어요.”

“기둥을 더 박으면 안이 답답해지잖아요. 그래서 거꾸로 생각했죠. 크레인 와이어를 트러스에 걸어 위에서 당기자. 그러면 기둥 없이도 지붕이 버팁니다.”

트러스 골조와 와이어 보강 구조
트러스 골조에 와이어를 걸어 하중을 위에서 잡아주는 실제 구조. ‘국내 최초’로 비닐하우스에 적용한 방식이다.
Q정말 40cm 폭설에도 멀쩡했습니까.

“이번에 온 40cm 폭설요? 전혀 문제 없었어요. 와이어가 하중을 잡아주니까요. 옆 하우스는 무너졌는데, 우리 건 서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전화가 쏟아졌어요. 농부들은 압니다. 무너져 본 사람만이, 안 무너지는 게 얼마나 귀한지를요.”

“기둥을 세우는 대신,
위에서 당겼습니다.”

“무너져 본 사람만이,
안 무너지는 것의 값을 압니다.”

— 김성국, 트러스하우스

chapter 2

남의 규격이 아니라,
현장에 맞춘다

기둥이 사라지자 공간이 열렸다. 트랙터가 그대로 들어가고, 딸기밭이 되고, 한쪽은 팜카페가 된다. 그가 만든 건 하우스가 아니라 ‘쓸 수 있는 공간’이었다.

트러스하우스 곡선 트러스 구조 설계도
현장마다 다시 그리는 곡선 트러스 설계도. 땅과 바람에 맞춰 자재 규격을 직접 정한다.
Q기둥이 없으니 안이 한눈에 트입니다.

“무기둥이라 트랙터도 들어가고, 딸기도 키우고, 팜카페도 합니다.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공간이 되는 거예요. 요즘 농촌엔 그런 공간이 필요합니다.”

Q자재를 직접 만드신다고 들었습니다.

“자체 공장에서 직접 제작합니다. 남이 만든 규격에 현장을 맞추는 게 아니라, 현장에 맞게 자재를 만드는 거죠. 땅이 다르고 바람이 다른데, 똑같은 걸 갖다 쓸 수가 없어요.”

“직접 만드니까 책임도 제가 집니다. 무너지면 제 탓이고, 버티면 제 자식 같은 거고요.”

“현장에 맞게 만드니,
책임도 제가 집니다.”

chapter 3

예순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남들이 은퇴를 말하는 나이에, 그는 새 구조를 개발했다. 늦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웃었다.

Q예순이 넘어 새로운 걸 개발하셨습니다.

“늦었다고요? 현장에서 수십 년을 봤으니 이제야 보이는 것도 있어요. 젊을 땐 욕심이 앞섰는데, 나이 드니 농부가 진짜 뭘 필요로 하는지가 보입니다.”

Q사람들이 ‘달인’이라 부릅니다.

“달인이 뭐 별건가요. 한 가지를, 될 때까지 붙잡는 거예요. 안 되면 공장 가서 또 만들어보고, 또 무너뜨려보고.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됩니다.”

“저는 말보다 손이 빠른 사람입니다. 설명하느니 하나 만들어서 보여주는 게 편해요.”

“한 가지를, 될 때까지.
그게 달인입니다.”

그의 답은 언제나 현장과 손에 있었다. 무너지는 것을 그냥 두지 못해 거꾸로 생각했고, 거꾸로 생각한 것을 직접 만들어 세웠다. 폭설이 와도 무너지지 않는 하우스 한 동에는, 그렇게 한 사람의 고집과 손때가 박혀 있었다.

김성국
트러스하우스 대표 · 온실 구조기술 장인

폭설에 무너지는 비닐하우스를 두고 볼 수 없어, 국내 최초로 구조에 ‘와이어 보강’을 도입한 온실 구조기술 전문가. 트러스 골조와 와이어로 기둥 없이도 버티는 무기둥 광폭 온실을 개발했고, 자재를 자체 공장에서 직접 제작한다. 60대에 새 구조를 완성해 ‘직업의 달인’이 주목한 인물.

기술  국내 최초 비닐하우스 와이어 보강 · 트러스+와이어 무기둥 광폭 구조
검증  40cm 폭설에도 무붕괴 · 폭설·강풍 현장에서 입증
제조  자체 공장 직접 제작 — 현장 맞춤 설계·시공
활용  스마트팜 · 딸기 등 재배 · 팜카페·복합공간
미디어  ‘직업의 달인’ 트러스하우스 편 출연
철학  “한 가지를, 될 때까지 — 말보다 손으로 보여준다”

Interviewer · 이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

윤일기
윤일기
비씨컴(BCCOM) 대표 · 남서울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
서울대 산업디자인 광고홍보학 박사 글로벌 종합대행사 실무 비씨컴 대표 현직 대학교수 사진작가

나는 그의 홈페이지를 만들다가 그를 알게 됐다. 회사 소개 자료를 받아 읽는데, 스펙 한 줄 한 줄이 전부 ‘무너지지 않기 위한’ 고민이었다. 디자인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그 정직한 구조에 먼저 반했다.

광고도, 디자인도 결국 ‘구조를 세우는 일’이다. 보기 좋은 껍데기가 아니라, 무게를 견디는 뼈대. 김성국은 비닐하우스로 그 일을 했고, 나는 종이와 화면으로 같은 일을 해왔다. 그래서 그의 ‘와이어’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명사탐방에 그를 부른 건, 가장 낮고 추운 현장에서 가장 단단한 답을 만든 사람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만든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된 그릇에 담아 남기는 일 — 비씨컴이 명사탐방을 만드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 윤일기

「윤일기의 명사탐방」은 비씨컴이 만드는 인물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디자인·광고·예술을 다뤄온 시선으로, 제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발굴해 기록합니다.